젠슨 황의 속내는 ?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지난 1월, 양자컴퓨팅의 상용화 시점을 20년 정도로 전망하여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 후, 뒤늦게 자신의 발언을 재평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개최된 ‘GTC 2025’의 퀀텀데이에서 그는 “당시에는 양자컴퓨팅 기업이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는 기술 분야 리더가 한 번의 발언으로 인해 시장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물론 황 CEO가 양자컴퓨팅의 발전 가능성을 전면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주장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양자컴퓨터가 “매우 복잡한 분야”이며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이다. 특히 그는 엔비디아가 CUDA 플랫폼을 구축하여 지금의 GPU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걸렸음을 언급하며, 5년 또는 10년이라는 시간 단위가 자신에게는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양자컴퓨팅이 지금 당장 상용화되고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보편화되기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팅은 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는가? 우선 양자컴퓨팅은 ‘양자 얽힘(entanglement)’과 ‘중첩(superposition)’ 같은 양자역학적 특성을 이용해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을 지닌다. 기존 디지털 컴퓨터가 비트(bit) 단위(0 또는 1)로 정보를 처리한다면, 양자컴퓨팅은 큐비트(qubit)를 이용해 0과 1 상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이는 병렬 연산 능력이 기존 반도체 칩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암호 해독이나 신소재 개발, 금융 시뮬레이션, 기후 예측 등 대규모 계산이 필요한 분야에 혁신적인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CES 2025 당시에도 구글은 ‘윌로(Willow)’라는 초전도 기반 양자칩을 공개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러한 최신 기술 발표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고, IonQ·Rigetti 같은 순수 양자컴퓨팅 전문 기업들은 물론, IBM·인텔 등 전통적 반도체 업체도 경쟁적으로 양자컴퓨터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젠슨 황의 발언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 역시, 그가 엔비디아라는 ‘AI 및 GPU 혁신’을 주도해온 글로벌 선도 기업의 CEO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한 마디가 기술적 트렌드뿐 아니라 관련 기업들의 주가와 시장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수차례 입증되었다.
양자컴퓨터와 AI의 융합 :
한편,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AI)의 융합 가능성은 양측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다. 행사에 함께 자리했던 라지브 하즈라 퀀티넘 CEO는 “생성형 퀀텀 AI 프레임워크(Gen QAI)를 통해 양자컴퓨터가 학습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이를 거대언어모델(LLM)과 결합함으로써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젠가 양자컴퓨터가 효율적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생성하고, 그 결과물을 AI가 분석함으로써 지금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정보 활용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대규모 매트릭스 연산이 필수적인 AI 분야에서 양자컴퓨팅은 GPU나 TPU와 또 다른 형태의 강력한 연산 자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양자컴퓨팅이 기존 컴퓨터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한다’고 보긴 어렵다. 황 CEO도 강조했듯이, 양자 프로세서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시스템을 완전히 교체하기보다는 “기존 컴퓨팅 자원과 협력적인 방식으로 활용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초고난도 암호 해독이나 양자화학 시뮬레이션, 특수 알고리즘 처리 등의 영역에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하고, 나머지 일반적인 연산은 기존 CPU와 GPU가 담당하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양자컴퓨팅 연구의 주요 흐름도 ‘양자-고전 하이브리드(hybrid)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양자컴퓨팅이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그만큼 극복해야 할 문제도 많다는 사실이다. 불안정한 양자 비트(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극저온 환경, 잡음(noise) 제어, 에러 정정(error correction) 등 다양한 물리·공학적 과제가 뒤따른다. 또한, 장비가 복잡하고 유지 비용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대규모 상용화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는 종종 예상을 뛰어넘기도 한다. 이미 특정 물리 실험실이나 클라우드 환경에서 제한된 형태로 양자컴퓨팅을 활용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연구기관이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양자컴퓨팅 서비스’가 보편화될 수도 있다.
최근 젠슨 황의 태도 변화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메시지는, “양자컴퓨팅이 커다란 파급 효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면, ‘내가 틀렸다고 해도 상관없다’”는 그의 자세다. 혁신 기술이 실제로 시장에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면, 기술 리더의 예측이 일시적으로 빗나가는 일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오히려 엔비디아 CEO 정도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 공개적으로 “내가 틀렸다”거나 “내 발언이 시장에 불필요한 충격을 줘서 미안하다”고 인정하는 장면은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다. 이는 스타트업·투자자·연구자 모두가 기술과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더욱 협력적인 태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래를 전망해보면, 양자컴퓨팅은 AI, 반도체, 클라우드 컴퓨팅, 나아가 산업 전반에 깊이 얽혀 새로운 혁신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머신러닝과 결합된 양자 알고리즘(예: 양자 머신러닝)은 복잡한 패턴 인식이나 예측 문제에서 전통적 컴퓨팅 기반의 AI 모델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 성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당장은 한계와 난관이 명확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과학기술의 발달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
끝으로, 이번 젠슨 황 CEO의 사례는 ‘기술 전망’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한두 명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 내놓는 평가가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 주가 변동과 산업 생태계 전반에 직접적 파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양자컴퓨팅은 대중의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으며, 동시에 연구자·엔지니어들에게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주요 대학과 기업, 스타트업이 모두 양자컴퓨팅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으므로, 양자컴퓨터가 궁극적으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과 함께 21세기 중반을 대표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동반 성숙’과 ‘효율적인 에러 보정 알고리즘 개발’이 주요 관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 과정에서, 엔비디아나 IBM, 구글 같은 거대 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의 창의적 연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종합적으로, 양자컴퓨팅이 실제 산업에 본격적으로 파급 효과를 일으키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혁신적 잠재력은 분명하며,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뜨거운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결국 이 경쟁과 협업의 결과물이 가까운 미래에 시장에 등장해, AI와 함께 인류의 문제 해결 방식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결론 :
위 글은 양자컴퓨팅의 최신 동향과 젠슨 황 CEO 발언을 중심으로, 현재 기술이 가진 잠재력과 시장의 반응 및 미래 전망을 정리해본 것이다. 기술과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단편적인 뉴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연구 성과와 특허 현황, 글로벌 표준화 작업, 기업들의 투자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특히 AI와 양자컴퓨팅의 융합이 가시화되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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